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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커" 베이비 박스, 버림받은 마음들, 진짜 가족

by goodstar-r 2025.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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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이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어 연출작인 <브로커>는 ‘버려진 생명’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에 대한 깊은 신조을 담고 있습니다. 관객은 이 작품을 통해 생명, 책임,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본 글에서는 영화 ‘브로커’가 던지는 핵심적인 세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이 작품의 숨은 메시지와 연출 의도를 깊이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영화 브로커 포스터

‘베이비 박스’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브로커>는 현실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는 ‘베이비 박스’를 소재로 삼습니다. 이 설정 자체만으로도 이미 영화는 강한 사회적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베이비 박스는 아이를 기를 수 없는 부모가 아기를 익명으로 맡길 수 있도록 만든 시설로 생명을 살리는 최후의 수단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양육의 책임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비판받기도 합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 논쟁적인 소재를 일방적인 비판이나 옹호 없이 ‘사람의 입장’에서 접근합니다. 아이를 버린 부모, 아이를 팔려는 브로커,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은 모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인물이 아니라, 현실의 무게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로 그려집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은 마치 관객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생명을 위한 선택이란 무엇인가?” 관객은 판단자가 아닌 동행자로서 그 여정에 함께하게 됩니다. 이 점에서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 존재의 존엄’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버림받은 마음들’의 이야기

표면적으로는 입양을 중개하는 브로커들의 이야기지만 <브로커>는 아이를 중심에 두되, 결국은 어른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법의 테두리 밖에서 금지된 일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 과정 속에서 더 깊은 양육의 본질을 고민합니다. 송강호가 연기한 상현은 아이를 상품처럼 다루는 듯하지만, 점차 그에게 진심이 담기고, 강동원이 연기한 동수는 스스로를 ‘버려진 존재’로 인식하며 아이에게는 더 나은 길을 주고자 애씁니다.

 

이지은(아이유)이 연기한 소영 역시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청춘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녀는 친부모에게 학대를 받고, 아이를 낳은 뒤에도 돌봄의 방식조차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녀가 던지는 “당신들은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나요?”라는 질문은, 관객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습니다.

 

영화는 이처럼 실제로 아이가 버려졌는지보다, 어른들이 자신과 서로를 어떻게 버려왔는지를 더 중요하게 다룹니다. ‘브로커’라는 단어가 암시하는 거래와 이익의 관계는 결국 인간관계의 상처와도 닮아 있습니다. 영화는 ‘누가 누구를 구원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사랑과 용서의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진짜 가족은 혈연일까, 마음의 선택일까?

<브로커>는 끝내 단 한 명의 인물도 완벽하게 구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과정에서 진짜 가족의 의미를 관객에게 던지고 갑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이 모여 아이를 위한 여정을 떠나는 동안, 그들 사이에는 작은 연대가 싹트고, 그것이 점차 가족의 형태로 변화하게 됩니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아이를 입양 보낼 부모를 만나러 가는 장면입니다. 겉으로는 돈을 위한 선택이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진지하게 아이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관객의 시선은 복잡해집니다. 또한, 법의 이름으로 정의된 가족보다 함께 있는 시간을 통해 생겨나는 정이 더 진실된 감정일 수 있다는 점을 이 영화는 보여줍니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전 작품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어느 가족> 등을 통해 혈연이 아닌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가족의 본질을 꾸준히 다뤄왔습니다. ‘브로커’는 그 연장선에서, 한국이라는 사회적 맥락과 현실적 배경을 입혀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결국 영화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정답’이 아닌 깊은 공감을 남깁니다.

결론: 세상의 틈에서 피어난 따뜻한 시선

<브로커>는 태생적으로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그것을 절망이 아닌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영화입니다. 감독은 모든 인물의 사연을 품고, 어떤 판단도 유보한 채 그들을 바라봅니다. 관객은 그 속에서 스스로 질문하게 됩니다. ‘나는 지금 누군가의 삶에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브로커가 되어버릴 수도, 아이가 될 수도 있는 우리의 삶 속에서, 이 영화는 인간에 대한 가장 조용하지만 깊은 위로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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